[서평]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환경운동의 새로운 정의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기로 마음먹는다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백 개의 통계수치를 보여주거나 누구도 논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엄청나게 훼손된 자연환경을 영상에 담아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 눈앞에서 보여줄 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50년전 미국의 생태학자이자 저술가인 레이첼 카슨은 전혀 다른 방식을 선택하였다.정부에 제출하기 위한 심각한 보고서도 아니고 피를 뚝뚝 흘리는 야생동물이 등장하는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도 아닌, 한 권의 책에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을 기술하였다.
이 책에는 복잡한 수치나 알 수 없는 학설 또는 이론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푸른 초원과 숲,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마치 시처럼 읊조리듯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그런가 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부와 살충제 제조업체의 형태, 미련하기 그지없는 대중의 짧은 생각을 준엄하게 지적하는 분노의 목소리도 들어 있다.
50년 전 <침묵의 봄>은 일반 대중의 인식에 충격적인 자극을 선사했고 그 결과 새로운 인식과 의미를 지닌 환경운동을 촉발시켰다.살충제와 다른 유독 화학물질이 환경과 공중위생에 미친 영향은 <침묵의 봄> 출간 이전에도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저 딱딱하기 그지없는 과학 문헌들을 통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환경 과학자들도 문제를 알았지만, 그들은 오직 자기 전문 분야에만 극히 편협하게 집중할 뿐이었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이런 지식들을 하나로 집대성해서 모든 사람, 과학자, 일반 대중들이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레이첼 카슨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침묵의 봄>은 사회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정치 및 환경보전에 큰 영향을 주어 1970년 미국이 환경보호국의 설립을 가능케 하였다. 살충제 단속과 음식 안전성 조사는 미국 농무부에서 환경보호국으로 이관되었고, 작물을 화학 처리하는 데 따르는 이점을 강조하던 데에서 그 문제를 강조하는 것으로 정책의 초점도 변화시켰다.
화학오염은 서식지 파괴, 외래종이 토종을 몰아내고 자리를 잡는 '생물학적 오염'에 있은 미국 내 생물종 절멸의 세 번째 원인이었다.침묵의 봄>은 환경에 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여 1973년 미국 의회의 멸종위기종 보호법 통과를 가능케 하였다. 이 법은 미국 역사상 자연보호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법안이 되었으며 그 법안의 놀라운 성공으로 미국악어, 귀신고래 흰머리수리, 송골매, 미 동부에 서식하는 갈색 펠리컨의 복원 등이 가능해졌다. 해도 멸종 위기에 놓여 있던 동물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된 것이다.
환경운동은 그 탄생을 가능케 한 미국에서도 여전히 힘든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레이첼 카슨이 살아 있다면, 오늘날의 미국을 보며 복잡한 심정이 들 것이다. 환경운동에 대한 관심은 교육자인 그녀를 만족시킬 것이다.또한 자신의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는 사실에, 새로운 규제 법안들이 낙담해 있던 정부 관리들을 도와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것이다. 과학자로서 레이첼 카슨은 해수면 높이의 수로와 불개미 박멸 계획 등 예전의 생태계 파괴를 오늘날 다시 시도한다면 세상의 비웃음을 사게 되리라는 사실에 안도할 것이다.
지난50년 동안 미국에서는 지구환경 파괴의 주범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게 되었다. 누구보다 통찰력이 뛰어났던 레이첼 카슨은 자연자원의 고갈,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 해양수산자원 남획, 불공정한 해외 무역, 열대우림 파괴, 생명 멸종 등의 문제점을 우리보다 훨씬 더 빨리 예견하였다. 미국이 자국의 소비를 위해 1인당 전 세계 생산성 있는 대지를 개발하는 비율이 다른 개발도상국의 10배나 높다는 사실에 레이첼 카슨은 마음 아파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은 스스로 창조주 바로 다음 단계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짚신벌레 몇 단계 위의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자신이 사는 환경을 파괴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전 세계 인류가 큰 깨달음을 얻어 일체의 환경오염 행위를 중지하지 않는 이상, 다가오는 봄 역시 활기찬 생명의 소리를 듣기 힘든 <침묵의 봄>이 될 것이다.
“인간은 미래를 예견하고 그 미래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지구를 파괴함으로써 그 자신도 멸망한 것이다” – 알베르트 슈바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