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을 따라 걷다 청계천 박물관 앞에 다다르면 1960년~1970년대 청계천 주변 서울 시민의 대표 거주공간을 재현해 놓은 판잣집을 만날 수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부에는 음악다방, 교실, 만화가게 등 그 시절 삶과 추억을 체험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어린 시절을 소환해줄 것 같은 정겨운 청계천 판잣집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진행됐다.
이번에 진행 된 행사는 '추억의 판잣집 체험마당'을 콘셉트로 추억의 물건과 만화방, 음악다방, 교실 등 추억의 공간을 재현한 전시와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달고나, 뽑기, 옛날 과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졌던 오락기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짱구 만화가게, 어린 시절 공부보다 만화 보는 재미에 빠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올랐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기억에 나는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그 시절 우리가 즐길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만화가게를 지나자 금세 마음이 어린시절로 돌아갔다. 코 묻은 50원짜리 동전 하나 들고 가서 대박의 꿈을 꾸며 뽑았던 뽑기를 무료로 해볼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뽑기 운은 없는 것 같다. 다행히 '꽝' 없는 5등을 뽑아서 공짜 과자를 하나 얻었고, 과자 하나 고를 때도 그 시절과 똑같이 몇 번을 망설이다 과자를 하나 집어 들었다.
달랑달랑 과자 한봉지를 손에 들고 옆을 돌아보니 달고나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인기폭발이다. 달고나를 만드는 동안 기억을 더듬어 보니 국민학교 앞 달고나 아저씨가 찍어준 모양을 온전히 떼어내면 공짜로 한 개를 더 만들어 주셨기에 침을 묻혀가면서 한 땀 한 땀 떼기에 집중했지만 매번 실패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먹거리에 흠뻑 옛 추억에 빠져 판잣집 안으로 들어서니 음악다방이 눈에 들어왔다. 음악다방이 전성기였던 시절에는 학생 신분이다 보니 실제 가보지는 못했지만 당시 TV 등을 통해 보았던 공간을 아주 잘 재현해 놓은 것 같았다.
음악다방을 지나면 국민학교 시대의 교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을 만나게 된다. 교실에 들어서니 그 시절 친구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모두 아저씨, 아줌마가 되었지만 철없이 장난꾸러기였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국민학교 교실에선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추억이 떠올랐다. 여자 짝궁이 책상 가운데 선을 그어놓고 넘어오지 말라고 했던 기억, 추운 겨울에는 양은 도시락을 난로에 올려놓았다 생긴 누룽지를 먹었던 기억 등 지금은 절대 만들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이었다.
갈수록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들에게 남겨지는 건조한 추억 대신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추억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던 청계천 판잣집 체험, 비록 행사는 끝났지만 팍팍한 도시의 삶 속에서 아련한 추억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자.
■ 청계천 판잣집 이용안내
-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청계천로 530
- 이용시간 : 연중 10:00 ~ 18: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휴관
- 이용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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