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서울에 내린 폭설로 인해 작은 교통사고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운전 경력 20년 , 제가 낸 사고로는 두번째 사고였는데 이번 사고로 정말 꼴불견스러운 대한민국 운전자들의 씁쓸한 자화상을 보았습니다.
지난 해 마지막날...
연말에 갑작스럽게 서울에 많은 눈이 내렸고 제설 경험이 부족한 서울시와 지자체 덕분에 많은 길들이 얼어있어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운전하는 것 같아 충분히 저속운행 및 안전거리를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내 이면도로에 얼어 붙어버린 빙판길에서 앞차가 정차하는 것을 보고 제동을 하였으나 ABS 브레이크 조차 무용지물이 되어 속수무책으로 미끄러지면서 앞차를 '쿵'하고 받았습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에 녹화된 동영상을 보면 차가 제동이 되었지만 미끄러지면서 추돌한 것이기에 추돌직전 속도가 시속 9km로 사람이 가볍게 달리는 수준의 저속 상태였습니다. 당연 저속 상태였기에 아주 경미한 사고 였습니다. 제차가 경차임에도 불구하고 범퍼가 멀쩡하고 누가봐도 사고의 흔적조차 못 느낄 정도 였으니까요.
사고후 바로 차에서 내려 앞 차의 운전자에게 다치지 않으셨냐고 물어보니 피해차량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뒷 목을 잡으면서 아픈시늉을 하더군요. 앗!! 운전자의 행동을 딱 보니 왠지 않좋은 감이 확 오더군요. 바로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하고 직원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날 평소와 달리 눈길 사고가 많아서 그런지 보험사 직원이 오는데 약 30분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이때 피해차량 운전자는 처음에 목 부여잡고 아프다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차 주변에서 아주 여유롭게 담배를 피며 서성이더군요.
사고접수 처리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솔직히 사고는 냈지만 사람이 다칠정도의 사고도 아니었기에 이 정도 사고로 병원치료까지 하진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열흘 쯤 지났을까?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보험사의 보상담당자는 피해자가 병원치료를 했는데 합의금을 너무 많이 요구하고 있어서 합의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보험사가 제시한 합의금 보다 30만원을 더 요구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진짜 황당하더군요. 물론 사고가 났으니 아플 수 있고 당연히 치료해주는 것은 맞지만 피해자의 의도는 치료보다는 사고 보상금에 더 눈독을 들이는 것 같더군요. 그야말로 눈 먼돈 날로 먹겠다는 심산으로요.
이때부터 저도 살짝 열이 받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경미한 사고 였는데 피해자가 보험사에게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에 제동을 걸어 자배법 기준으로 정확히 보상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보험사로부터 본인이 생각한 보상액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무려 23일 동안 통원치료를 했고 결국 40여만원의 합의금을 받아갔습니다. 물론 자동차의 뒷 범퍼도 새것으로 갈았구요.
10년만에 사고인데 세상이 이렇게 각박한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 역시 이 처럼 비슷하게 경미한 사고를 당한적은 3번 정도 있었지만 병원에 들어누어 보상금을 요구해 본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정작 내가 사고를 당했을때 양보했던 내가 순간 너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기분이 씁쓸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미한 교통사고로 인한 과다 보험금 지급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국토부 및 관계기관(손보협회,의사협회)에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관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아 시간을 걸리겠지만 추후에 다시한번 이문제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이제는 한국의 발전된 국력 만큼 운전자들도 성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경미한 사고로도 받는 보험금을 눈먼 돈이라 생각하고 많은 합의금을 받아가려는 생각은 이제 그만 했음합니다. 교통사고시 피해자가 되어서 받아가는 돈 역시 나중에는 모든 운전자의 보험료 인상 부담으로 돌아오거든요. 또한 국토부 및 관계기관 역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제도적으로도 보완 장치가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