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법이 통과된 이후 국내 이통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본래 이 법의 취지가 이통사의 불법보조금을 근절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시장을 만들고 이로 인해 이용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졌는데 막상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자 제조사는 영업비밀을 침해한다며 보조금 분리공시를 반대하여 법의 투명성을 깍아 내렸고 이에 이통사는 보조금 규모를 대폭축소하여 단말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소비자들은 해외직구와 중고구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이통산업 전반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공식적인 약칭은 단통법이 아니라 단말기유통법입니다.
§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이 법은 이동통신단말장치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여 이동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애초에 단말기유통법의 취지와 전혀 다른 상황이 벌이진 배경에는 제조사와 이통사의 힘의 논리에 반쪽이 되어버린 법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권익이 철저히 무너지면서 오히려 합법적 호갱으로 전락하게 되자 소비자들 역시 등을 돌리는 상황으로 국내 이통시장이 고사 직전에 놓이게 되자 여기저기서 성토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단말기유통법의 여러 문제중에서도 애초 법에 근간이었던 보조금의 차별지급금지 그리고 보조금 미지급시 요금할인이 이통사에 유리하게 고시된 배경에 대해 관련부처에 의견을 들어보았는데 과연 정부는 단말기유통법이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리해 보았다.
보조금 차별방지가 법의 근간인데 요금제 따른 차등지급은 합법 ?
§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제3조(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 ①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
2.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
3. 이용자의 거주 지역, 나이 또는 신체적 조건
② 제1항에 따른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의 유형 및 기준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단말기유통법에는 분명히 이동통신서비스요금제에 따른 지원금의 차별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었지만 이통사들은 버젓이 요금제에 따른 차별적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과연 어떤 논리로 요금제에 따른 보조금의 차등지급이 가능한걸까?
미래창조과학부 답변 (통신정책국 담당사무관 , 실명은 비공개함)
법의 취지는 부당한 차별을 규제하는 것이 목표이다.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여 이통사에 기여가 높은 소비자와 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와의 차별은 자본주의시장에서 당연한 것이고 이런 차별을 부당한 차별로 볼 수 없고 합리적인 차별이라 보기에 요금제에 따른 보조금의 차등지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답변은 들은 필자는 사실 이런 미래부의 입장이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다. 법의 해석을 완벽하게 이통사입장에 맞춰서 하였기 때문이다.
미래부 답변처럼 요금제의 따른 차별이 합리적이라 한다면 굳이 보조금 상한선을 왜 두었는가이다.
법 시행 이전에는 일정 금액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하면 많은 보조금을 받아 공짜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단말기유통법 시행이후에는 보조금상한선 덕분에 소비자들은 아무리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해도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고작 345,000원으로 제한되고 7만원이하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완전히 찬밥신세가 되어 거의 제값을 다주고 스마트폰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통신사가 요금제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소비자가 많은 요금을 통신사에 납부하더라도 보조금에 제한을 두는 것은 비합리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소비자를 호갱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단말기 자가 구입시 12% 할인의 근거는 무엇일까?
§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제6조(지원금을 받지 아니한 이용자에 대한 혜택 제공) ①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서비스 가입 시 이용자 차별 해소와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지원하기 위하여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지원금을 받지 아니하고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이용자(이동통신단말장치를 구입하지 아니하고 서비스만 가입하려는 이용자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혜택의 제공을 위한 이용약관의 변경에 관하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를 준용한다.
③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 등 혜택 제공의 기준을 정하여 고시한다.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기전에 많은 관심을 끌었던 제도중 하나가 바로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갤럭시S4 LTE-A에 보조금이 222,000원이 고시되어있는 상황에서 중고로 갤럭시S4 LTE-A를 구입하여 가입을 하는 고객에게는 보조금대신 요금에서 222,000원을 할인해 주어야 한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자가단말기를 사용하여 저렴한 요금제를 가입하면 많은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기에 꽤 매력적인 제도라고 생각하였었는데 실제 시행된 단말기유통법에서는 단말기의 개별보조금과 상관없이 무조건 요금의 12%를 할인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어떤 형태던 많은 할인을 받으려면 비싼 요금제를 써야 한다는 소리이다.)
과연 미래부에서 고시한 12%의 요금할인 기준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창조과학부 답변 (통신정책국 담당사무관 , 실명은 비공개함)
이통사에서 단말기별 보조금에 따라 개별적인 할인을 해주는것이 어렵다. 더불어 소비자들이 유심기변을 통해 편법으로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개연성이 있어 이통사 보조금마케팅비용의 평균을 산출하여 할인을 해주기로 결정한것이다.
12%의 산출기준은 이통사가 사용할 보조금규모 예측분을 가지고 1인당 수익 / 지원금비중을 계산하여 산출된 평균값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단말기 보조금보다 요금할인이 적을 수 있지만 보조금이 적은 단말기의 경우에는 요금할인이 더 많아 질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편법적인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까지 감안하여 단말기별 보조금만큼 할인해 주는대신 평균할인을 적용했다는 대목에서 미래부 사무관의 답변은 정말 꼼꼼하게 느껴졌다.
그럴듯 해보이는 미래부 답변이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바로 12% 산출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이통사의 보조금 총액인데 이 보조금총액분 규모의 산출을 전년 사용분이나 과거 수년간의 사용된 보조금의 평균이 아닌 앞으로 발생할 예측분을 기준으로 산출되었기 때문이다. 정말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겉으로는 단말기유통법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그렇게 홍보했으면서 실상 세부적으로 규정을 만들때는 철저하게 이통사 입장을 대변하여 법을 유린하였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말기유통법이 소비자들 위한 법이 아니라 이통사와 제조사를 위한 법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시행되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어떻게 개선이 되어서 시장이 정상화될 지는 모르겠지만 법이란 어느 한쪽에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기위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수퍼갑이라 불리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힘에 법마저 무력해지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정말 답답한 마음뿐이다.
PS. 다음 포스팅에서는 단말기분리공시를 저지한 규제개혁위원회에 대해 다룰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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