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들어 이동통신 3사는 유례없는 보조금을 쏟아부으면서 고객잡기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보조금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다 보니 각 제조사의 전략 모델까지 공짜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인데 희한하게 이번 보조금 대란 속에서 버스폰 전문 브랜드인 팬택은 오히려 침묵을 하고 있습니다.
팬택 입장에서 시장이 과열되어 있기에 판매호기임에도 불구하고 보조금대란이 있기 전 보다 더 경쟁력없는 가입조건에 판매할 수 뿐이 없는 속사정은 무엇인지 보조금에 얽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팬택의 전략모델인 베가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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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보조금 어떻게 구성될까?
먼저 이통사의 보조금 지급방식을 알아보겠습니다. 흔히 이통사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모두 다 이통사에서 부담하는것으로 알고 계신분들이 많지만 실제 보조금은 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보조금으로 나누어 집니다.
말 그대로 이통사 보조금은 약정가입을 미끼로 스마트폰 가격에서 일정 금액을 할인해 주는것입니다. 그럼 제조사 보조금은 무엇일까요? 제조사 보조금은 사실 다양한 명칭으로 불립니다. 제조사판매장려금이라고 하기도 하고 제조사 인센티브로 불리기도 하죠. 명칭이야 어쨌던 제조사에서 자사 스마트폰의 판매를 올리기 위해 이통사에 지급하는 판촉비입니다.
결론적으로 스마트폰의 가격은 출고가 - (제조사 보조금 + 이통사 보조금) = 판매가격이란 공식이 나옵니다.
단순하게 보조금 공식만 보면 이통사나 제조사들이 정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것 처럼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숫자 놀음일뿐, 여기서 한가지 더 확인하고 가야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의 유통구조이죠. 우리나라의 독특한 유통구조 덕분에 스마트폰가격이 마치 팬티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입니다.
유통장악으로 고무줄 스마트폰가격
국내 스마트폰의 유통구조는 이통사가 판매할 스마트폰을 제조사로 부터 직접 구입하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법적으로 이런 유통구조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도덕적으로는 좀 달라집니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담합을 통해 제품 유통가격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죠.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가지고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은 제조원가라는 것이 있습니다. 제조사가 공개하지 않지만 대략 30% 수준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의 제조원가는 30만원입니다. 이 제품을 제조사가 이통사에 100만원에 팔지는 않겠죠. 이통사도 남겨먹어야하니까요. 그럼 제조사는 여기서 제조원가에서 판매마진을 약 30% 정도 붙혀 60만원 정도에 이통사에 납품을 합니다. 그럼 이통사는 이 스마트폰에 40%정도의 마진을 붙혀 100만원에 판매하는 유통구조입니다. (유통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추측한 수치이므로 정확한 자료는 아닙니다. 참고만 하세요.)
단순히 보면 이통사가 가장 많이 남겨 먹는것 같지만 실상 이통사는 여기서 법정 최고 보조금인 27만원을 할인해야 하기에 실제 마진은 그리 많지 않은 것 입니다. 대략 10~15%정도가 이통사 마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제값 다주고 사면 이통사들은 가입조건에 큰 제약을 두지 않습니다. 요금제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부가서비스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죠. 하지만 이통사가 판매경쟁을 위해 더 많은 보조금을 실어주게 되면 제품판매 수익이 줄어드니 그땐 비싼 요금제를 조건으로 가입시켜 손해를 메꾸는 방식이죠. (이통 요금 거품도 장난아니죠. 이건 따로 한번 다룰까 합니다.)
그럼 제조사 보조금은 어떻게 지급할까요? 제조사는 납품하면서 이통사로부터 제품 대금을 바로 받는것이 아니라 후정산을 합니다. 그러니 제조사는 판매마진에서 범위내에서 이통사와 협의하여 판매장려금 형태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제조사는 수익이 줄지만 보조금이 많아지면 판매량 증가로 전체수익은 큰 차이가 없게되는 것입니다. 이른 봐 박리다매가 되는 것이죠. 더불어 판매가 많아지면 제조사는 총 매출규모가 커지므로 기업공시시 매우 장사를 잘한 것처럼 보여 꿩먹고 알먹고이기죠, 이제 대략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바로 이것이 보조금의 함정입니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가진 이 막강한 힘에 사실 상 소비자들은 터무니 없이 부풀려진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이통사는 엄청 선심쓰면서 할인 해 주는 것 같지만 실제 소비자는 제값을 다 주고 구입하는 속임수 일뿐입니다.
제조사 보조금대신 왜 출고가 인하를 못 할까.
팬택의 속내를 이야기 하려면 보조금구조와 유통구조에 대한 이해가 되어야 해서 말이 길어졌네요.
그럼 왜 팬택은 보조금 대란에서 침묵하고 있을까요?
베가 시크릿노트 광고 (출처 :팬택)
첫째는 제품경쟁력입니다. 현재 미친보조금덕분에 갤럭시노트3,아이폰5S,G2등 쟁쟁한 모델들이 공짜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팬택은 비슷한 조건에 판매하여 경쟁할 만한 제품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더 좋은 조건으로 제품을 팔아야 하는 데 이 경우는 제조사의 마진이 터무니 없이 줄죠. 삼성처럼 박리다매라도 하면 좋지만 팬택의 제품 경쟁력이 따라가질 못하니 결국 뱁새가 황새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꼴이 될 수 있는 현실입니다.
둘째는 보조금 전쟁중에는 팔아도 도움이 안됩니다. 첫째 이유에서 이야기 했듯이 팬택이 보조금 대란에서 살아 남으려면 더 많은 제조사보조금 즉 마진을 깍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시챗말로 노가다를 해야 하는 것이죠. 결국 몸만 힘들고 돈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팬택이 적극적으로 보조금대란에 뛰어 들수 없는 것이죠.
셋째는 자금여력입니다. 올해 불거진 보조금 대란의 최종승자는 사실 상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이통사와 제조사가 승리할 것 입니다. 현재 팬택은 사실 상 구조조정을 비롯해 뼈를 깍는 노력으로 두번째 워크아웃이 되지 않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품 판매를 위해서는 제품을 우선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런 비용은 모두 팬택이 가져가야할 부담인데 충분한 마진이 보장되지 않는 보조금 전쟁속에서 대량의 제품을 제조하여 납품할 만한 처지가 못 되는 것입니다.
그럼 팬택은 이래저래 회생하기는 어려울까요? 해법은 없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팬택은 현재 이통사의 유통구조에 적응하기는 사실 힘들다고 보여집니다. 어찌보면 과거의 워크아웃 역시 이런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의 희생양이었죠.
물론 자력으로 유통시장을 개척하기는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이통사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계속 대기업 논리에 끌려다닌다면 제 2의 워크아웃은 어쩔 수 없는 팬택의 미래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제는 대기업과 경쟁하려고 하지 말고 팬택은 스스로 제품가격 현실화를 통해서 경쟁력을 높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격이 현실화되면 제조사가 이통사 보조금 논리에 끼어들 필요가 없기에 안정적인 거래가 유지될 수 있으며 단말기자급제등의 추가적인 판매활로를 개척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팬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업은 수익을 내는 곳입니다. 대기업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지 팬택과 같은 기업을 위해 존재 하지 않는다는 것 다시 한번 이번 보조금대란을 통해서 깨닳았으면 하고 과거처럼 팬택만의 색깔을 다시 찾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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